25.09.28.
6. 의욕에 대하여

그럴 때 있다. 뭘 해도 손에 안 잡히고, 기껏 손에 잡아도 손이 안 가는.
해야 할 것이 쌓여 있는데 도무지 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드는 날.
물론 하기 싫은 건 항상 그렇다. 하지만 하기 싫은 것 말고도 평소의 취미나 좋아하는 것들마저 손이 안 가는 때. 그런 때가 있다.
그런 날을 난 보통 기력이 방전된 날이라고 칭한다.
...정정한다. 기력이 방전된 날이 아니라 기력이 방전된 '시기'다.
나는 그런 시기가 한 번씩 찾아온다. 주기가 일정한지는 모르겠다. 그런 것까지 일일이 측정해 보지는 않았다.
다만 한동안 신나게, 혹은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나면 꼭 그렇게 아무것도 손에 안 잡히는 시기가 찾아오곤 한다.
어쩌면 그런 때만이 아니라 다른 경우에도 그럴지도 모르긴한데.
고등학교 때 그림도 소설도 도무지 안 잡히던 때가 그렇고, 방학 때 신나게 돌아다닌 직후가 그랬다.
그리고 지금도.
그나마 이 글 쓰는 건 머리 속에 있는 걸 대충 쏟아내는 느낌이라 괜찮은 것 같다.
그렇다고는 해도 글에서 에너지가 딸리는 게 좀 보이긴 하는데. 모르겠다.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걸지도.
아무튼 한동안 이런 시기가 지나고 나면 자연히 다시 기력이 차오르곤 한다. 그러고 나면 또 별 일 없이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가 있다.
하지만 역시 그 시기가 지나기까지는 상당히 괴롭다.
뭔가 하고 싶기는 한데 할 생각도 안 들고, 그 상태에 짜증도 나고.
사실 이런 때엔 그냥 뭐라도 하는 게 좋다고는 생각하지만.
그 생각 자체가 스트레스랄까.
이런 상태같은 건 좀 안 왔으면 좋겠다. 아니면 명확한 극복 방법이라도 있으면 좋겠다.
뭐, 그런 얘기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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